용사 힘멜이라면 그렇게 했을테니까
어떤 의미로 용사 힘멜은 프리렌의 세계관에서 가장 성공한 팀장 중 한 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용사로써 가지고 있었던 순수한 무력 역시도 대단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육체적 능력에서는 전사로써 전위를 담당하는 아이젠에게 모자라고, 마물의 저주 등에 대항하거나 병을 치유하고 보급도 해결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은 사제인 하이터가 유능했으며, 명실공히 세계관 최강급의 마법사인 프리렌이 파괴력 등에서는 훨씬 우위에 있습니다다. 심지어 용사 중 가장 강하다고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은 남쪽의 용사였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마왕을 물리치는 데에 성공했던 것은 용사 힘멜의 파티입니다.
힘멜의 파티가 인류 최대의 과업 중 하나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을 가장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항목은 그의 파티 전원에게 ‘용사 힘멜이라면 그렇게 했을테니까’라는 가치관을 공유하도록 만드는 데에 성공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구성한 파티원들은 물론 유능하지만 본인들의 능력에 자신감을 갖지 못했던 사람들입니다. 아이젠은 본인이 마을을 버리고 도망쳤으며 힘든 적을 만나게 되면 항상 손발이 떨리는 겁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이터는 본인이 삐딱하고 마왕을 쓰러뜨리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용사 힘멜은 믿기 때문에 따라갑니. 프리렌은 과거의 패배에 사로잡혀 모험을 나가는 것을 거절하고 있었으나 힘멜은 그녀에게 굉장한 마법사라고 이야기하며 ‘네가 여행을 떠날 계기는 바로 나다’라고 말하며 설득합니다.
물론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구성원들에게 충분한 능력이 있느냐입니다. 마왕을 무찌르기 위한 파티가 어중이떠중이로 구성돼 마물 하나 제대로 물리치지 못했다면 리더쉽을 논하기 이전에 힘멜은 마왕을 무찌르는 데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능력이 있는 사람을 모아놓는다고 하더라도 함께 이루고자하는 목표에 달성하는 일은 성공하는 경우에 비해 훨씬 많이 일어납니다. 최근에 흑백요리사에서 최강록 셰프가 ‘요리를 잘하는 척하며 살아왔다’는 표현을 해 화제가 됐습니다. 이처럼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항상 확신에 차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능력이 좋아질수록 본인의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힘멜 일행이 수많은 역경을 헤치고 불가능해보인다 생각하는 임무였던 마왕 토벌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모두가 본인은 믿지 못하더라도 용사 힘멜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믿는 것을 넘어서 용사 힘멜이라면 이 문제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었으며, 하나의 팀으로써 목표에 도달하고자 진심으로 노력한 그들만이 수많은 용사 파티들 중에서 유일하게 마왕을 토벌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원칙주의자이지만 관료주의적이어서는 안된다
원칙주의자라고 하면 많이들 구성원들이 각각의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게 하고 창의력을 제약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원칙에 대해서 맹목적으로 따라야 하는 환경에서 억압받은 경험을 한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원칙은 이에 얽메이는 경우에는 사람이 이에 사로잡혀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지만 이는 원칙을 제대로 세우고 지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원칙의 역할은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있어 하나의 프레임워크를 세우고 단순화하는 지침을 세우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원칙이 필요한 이유는 그래야 구성원들이 내가 하는 작업이 집단의 방향과 일치하는 지 확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칙과 기준이 세워지지 않은 집단은 결국 마이크로 매니징을 필요로 합니다. 집단 개개인은 작업을 자신의 나름대로 수행하지만 이것이 올바른 것인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작업물이 실제로 윗사람에게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받고 이에 대해 거절당하는 실패의 경험이 누적되는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잃고 불안해지며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를 상실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멜과 같이 원칙을 세우고 공유해서 이런 원칙을 지킨다면 구성원 각각의 판단이 올바르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팀을 리드하는 데 있어 가장 첫번째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힘멜이 세운 원칙들은 일반적인 파티들의 기준으로 봤을 때에는 황당하기 그지 없고 과연 마왕을 토벌하는 데에 진지하긴 한 것인지 의문스럽기까지합니다. ‘던전을 공략할 때에 안전한 루트를 찾았을 경우 일부러 위험한 경로를 선택하며 던전 전체를 돌아간다.’ ‘도망가고 싶어지면 다 같이 도망간다.’ ‘괴로운 기억이 되기보다는 시시한 여행이었다며 웃으며 기억할 수 있도록하자.’ 이처럼 파티가 따르고 있는 힘멜이라면 어떻게 했을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어떻게하면 효율적으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어떻게하면 현재 그들이 보내고 있는 현실에 가장 충실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시 여깁니다. 물론 효율적으로 마왕을 무찌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지만 어쨌든 힘멜의 파티는 원칙을 정했고 이를 공유했기 때문에 마왕을 무찌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성공한 파티였다고 말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약속했으니까
사람간에 믿고 신뢰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강한 자기 불신을 쌓아왔던 힘멜 파티의 일원들은 더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본인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남을 믿을 수는 없으니까요. 서로 믿지 않는 조직은 붕괴합니다. 협업할 때 상대의 말과 작업을 재차 검토하게 되고, 결과물을 기반으로 작업을 할 때에 의구심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신뢰가 아닌 의심으로 가득찬 조직은 그 효율이 극도로 저하될 수밖에 없습니다.
힘멜이 파티원들의 신뢰를 얻는 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약속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었단 점입니다. 상대가 잊어버렸을지 몰라도 본인은 그 약속을 소중히하고 있었기 때문에 맡은 물건을 보관하거나, 마물들을 퇴치하면서 수십년 간을 보내 온 힘멜의 마왕 토벌 이후의 행적은 그가 실제로 현역에서 활동할 때에 어떤 사람이었을 지를 엿볼 수 있게 해줍니다.
용사 힘멜을 그리워하며
힘들고 괴롭다고 생각할만한 인생에서 항상 시시하고 즐거운 일들을 함께 찾아나가고 인생의 마지막까지 이를 지킨 힘멜은 진정한 용사였습니다. 그런 그가 오레올로 마중나온 프리렌을 다시 만나게 됐을 때에 이전의 시시한 여행을 추억하며 다시금 즐거운 모험을 떠날 수 있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