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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족과 실질적 이득을 위한 인상 남기기

사람이 새로운 집단에 들어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됐을 때 가장 고민하는 일 중 하나는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인상을 남기고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자기만족 측면이나, 실질적으로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이기도 합니다.

멋진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또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하기 위해 와 같은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해타산적인 이유를 넘어서서, 다른 사람에게 남긴 인상은 나의 삶의 흔적이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생각을 최근 하게 됐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남긴 인상은 내 삶의 흔적이다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무엇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이전까지 저는 추구하는 목표나 가치,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과 그에 따른 결과를 주로 떠올렸습니다. 사람의 삶이란 결국 현재라는 인간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미시적인 시점까지 축적해온 시간까지의 경험의 총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의 총합이란 나의 행동과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오늘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회사에서는 어떤 업무를 수행했는지, 쉬는 시간은 어떤 일로 보냈는지 등의 경험을 ‘나의 행동’으로 해석하고 이에 따른 결과에 내가 미친 영향들을 통해 경험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에게 행한 행동과 그 결과 외에도 다른 사람에게 남긴 인상들을 통해서도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인상들은 나에게 내재되어 있지 않고 소유하고 있는 주체도 다른 사람이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인간 관계를 갈구하고 좋은 인상을 통해 세상에 자신의 흔적들을 남기려고 노력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삶의 그림과 마지막 터치의 중요성

그런데 이 흔적이란 녀석은 매우 민감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순간에 어떤 붓터치를 했느냐가 이전까지 쌓아올린 모든 것을 뒤집어 놓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매 순간 덧씌워지는 흔적들은 여태까지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관계를 배신받은 경험으로 기억하게 만들거나, 반대로 그 모든 순간들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 오랜 시간 함께 준비한 여행이 있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매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았지만, 마지막 날 공항에서 짐을 싸다가 사소한 다툼이 일어났습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유로 짜증을 냈고, 결국 각자의 비행기를 타러 가며 제대로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헤어지게 되었죠. 그 순간의 작은 다툼 하나가 그동안의 모든 좋았던 기억을 뒤집어버리고, ‘그 여행은 정말 별로였어’라는 인상으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여행 자체는 좋았는데도 말이죠.

반대로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여행 내내 불만스러운 일들로 가득한 상황입니다. 호텔은 기대에 못 미쳤고, 날씨는 계속 좋지 않았으며, 먹는 것조차 입에 맞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기 전, 친구가 ‘그래도 너랑 함께해서 좋았어’라고 진심 어린 한 마디를 건넸을 때, 이상하게도 그동안의 모든 불편함이 사라지며 ‘그래도 꽤 괜찮은 여행이었네’라는 기억으로 남게 된 것입니다. 결국 마지막 한 순간이 그 여행 전체의 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더 나은 마무리로 흔적을 쌓아가기 위해서

여태까지의 저는 긍정적인 마무리로 관계를 끝내는 데에 그렇게까지 신경을 쓴 사람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능동적으로 관계를 내가 원하는 형태로 마무리 짓기 보다는,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와 같은 핑계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할 수 있는 일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는 것을 외면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내가 맺는 관계에서 경험가능한 모든 시점은 관계의 마지막 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을 처리하는 방식에 따라 그동안의 모든 경험들이 어떻게 기억될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은 마무리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 마지막이 이전까지 축적한 경험들을 아름다운 것으로 남아있게 하거나 변하게 만들기 위해서, 앞으로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더 나은 마무리를 위한 삶을 쌓아가며 세상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한 사람이 되기 위해 발버둥쳐보려고 합니다.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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